다문화 사회의 적

기자수첩/칼럼

다문화 사회의 적

박천응 목사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자기 성찰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이행되고 있으며 다문화적인 요소는 우리 사회발전에 중요한 기제가 된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그러나 어떤 다문화 사회인가? 어떤 정책과 과정을 거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구호만 다문화이고 차별과 관리로서 일방성이 염려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에서 이주민에 대한 현재의 정책은 크게 두 가지의 경향성을 갖는다. 하나는 차별의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관리의 대상이다. 2003년 이전까지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통제와 배제의 대상으로서의 차별 정책을 취하였다. 그러나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통제와 배제의 정책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다문화주의를 일부 수용하면서 동화주의로서 사회통합의 입장을 갖게 되었다. 즉 이주민에 대하여 통제와 배제의 ‘차별정책’ 보다는 동화와 통합으로서 ‘관리정책’을 선호하게 되었다. ‘차별이 아니면 관리의 대상’이 되는 이주민 정책은 사실상 말만 다르지 그 정책 경향성은 자국민 중심의 ‘차별적 포섭 정책’이다. 특히 차별적 포섭 정책 중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은 실행 과정에서 밀어 붙이기 ‘일방주의’가 성과적 측면에서의 ‘전시 행정’으로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러한 경향성은 다문화 교육을 하는 학교 교육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다문화 가정 출신의 한 학생이 공문서를 들고 왔다. 학교에서 무슨 서류를 작성해 오라는데 서류의 제목이 ‘다문화 학생 관리 카드’였다. 이 아이는 학교에서 자기 같은 아이들만 특별 관리하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 여기 조사 하는 것에 대답 안하면 안돼요?” 하고 물었다. 선생님은 절대 안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안산시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 급식 지원 추천 요청이 왔는데 절대 추천을 안 해 주겠다는 것이다. “저는 급식 지원이 필요 없는 데요.” 그러자 선생님은 “하라면 해” 라며 윽박질렀다. 학생은 다시 물었다. “선생님 이거 왜 기록해야 되요?” 이때 선생님의 대답이 일품이다. “너는 알 것 없어!” 아이들이 무슨 문제가 있거나 범죄자도 아닌데 ‘다문화 학생 관리 카드’를 돌리면서 학생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인 선생님의 요구로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 왜 학교에서 그러한가 하고 내용을 알아보니 다문화 가정 자녀를 상대로 어떤 프로그램을 실시하려는데 이들에 대한 정보와 자료가 필요하여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문화 가정 자녀를 돕는다며 이들의 의사나 인권은 무시되고 일방적으로 필요 이상의 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중복, 반복적으로 조사를 할 때 마다 때마다 아이들은 일방적인 물음에 거절 할 수도 없이 계속적,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정보를 게속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의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여기 저기 각종 단체 학계 등의 연구대상이거나 관리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다문화는 지금 황사 바람 앞에 놓여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의 비전을 잘 볼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다문화 자체가 숨 쉬고 살아가지 조차 어려울 정도로 다문화 사회의 다양성이 병들어 가고 있다. 다문화와 관련하여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의 지원이 늘어나면서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 단체는 물론이고 학계나 각종 단체들에서도 예산을 받기 위해 벌떼처럼 다문화에 매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산의 신청에는 성과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도기 때문에 일방주의와 성과주의는 더욱 노골화 된다. 특히 다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각종 단체들도 사업 자금지원을 받는 프로젝트 신청이나 실행 단계에서 일방주의와 성과주의가 심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다문화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전시 행정과 프로젝트 지원 받기에 경쟁적 상황이 다문화 사회의 진정성을 더 엉망으로 망가트리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다문화, 이주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전시행정을 경계한다. 다문화 사회의 ‘차별과 관리’의 일방주의는 결국 ‘다문화 사회의 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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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일보 ] 김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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