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김영임 코시안의 집 원장

인터뷰

[피플] 김영임 코시안의 집 원장

"동정의 손길보다는 진심으로 안아주는 따뜻한 품이 필요합니다."

 

다문화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주고 당당히 권리를 찾아주자 
사회의 소회계층이 아닌 하나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자

  
▲ 김영임 원장님

 

지난 12월 9일(월) 김영임 코시안의 집 원장님을 만나기 위해 다문화일보는 다문화어린이집으로 찾아갔다.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네 명의 다문화 선생님과 원장님께서 다문화아이 12명을 돌보고 있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아이들 대여섯 명이 책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함께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은 저마다 해맑은 미소로 다가와서 인사를 하는데 너무도 예쁜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몰래 입가에 엄마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현재 코시안의 집은 다문화어린이집으로부터 시작하여 코시안 스쿨, 코시안 어린이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 및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각종 활동과 봉사를 통해 다문화가정을 돕고 있다. 친절한 말투와 자상한 미소가 인상적인 김영임 원장님과 코시안의 집에 대해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았다.

<김영임 원장님과의 일문일답>

▶코시안은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 말인가?

“코시안(Kosian)은 Korean과 Asian을 합친 말이다. 코시안(Kosian)은 단순한 단어의 결합 (Korean+Asian)을 넘어 ‘평등 됨(=)’과 ‘하나 됨(+)’의 철학과 인권의 사회적 실천의 뜻 (PRAXIS)을 가지고 있다. 코시안의 의미는 크게 4가지로 사용된다. (1)국제결혼 2세 (2)이주아동 (3)코시안 다문화 가족 (4)다문화 가정이 모여 사는 동네 등. 현재 코시안은 국제결혼 자녀, 이주 아동을 주로 지칭하여 사용하며, 지역적 개념의 ‘코시안 타운(Kosian Town)’은 ’국경 없는 마을(Borderless Village)’로 불린다. 이 말은 국내에서 오랫동안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코시안 다문화 가족을 우리의 가까운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그 다양성과 존엄성을 인정하는 사회의 형성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 김영임 원장님과 아이들

 

▶코시안의 집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라.

“코시안의 모임은 1996년 4월에 시작되었다. 이후 우리 사회의 소외 속에서 서로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은 2000년 9월에 이르러 코시안의 집이라는 공동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코시안의 집은 안산 지역을 중심으로 거주하는 코시안들을 지지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활동해 왔다. 그러던 중 2003년 10월에 코시안 다문화 가정의 아동을 위한 코시안의 집의 공간을 마련하여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코시안의 집은 코시안 아동들이 신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우며, 각 가정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안에서 건강한 코시안으로 정착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 현재는 주로 코시안의 집 즉 영유아 보육원을 운영해 맞벌이를 하는 코시안 다문화가족 부모를 위해 종일반이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 코시안 스쿨을 운영해 코시안 다문화 가족의 아동·청소년을 위해 한국어를 비롯한 학습지도와 특별활동(피아노, 미술치료, 재즈댄스, 미디어 교육, 아동캠프, 문화체험 등)을 진행하며 코시안 다문화가정 지원서비스, 상담서비스, 공동체 모임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시안의 집이 만들어 진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국제결혼이 많이 늘어났다. 특히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와서 한국인여성과 만나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시에만 해도 한국은 외국인과의 결혼을 달갑지 않아 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제3세계, 동남아시아에서 온 피부색이 틀린 외국인과 결혼하는 경우, 집에서 내쫓기기 까지 했다. 이들은 함께 생활하기 위해 집을 떠나 힘들게 살아가야만 했고 열악한 생활 상태에서 아이까지 낳아서 키운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당시에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지원이 존재하지 않았고 출생신고와 혼인신고를 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지원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찰나 마침 후원자가 나타나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 과정은 참 힘들었고 오해도 많았다. 한국에서의 아이양육이 부담스러워 본국으로 돌려보내 가족이 해체되여 생활하는 가정도 있었고 외국인들끼리 만나서 한국에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경우는 어려움이 더 심했다. 일반 어린이집이나 시설들은 이런 다문화아이들을 잘 받아주지 않았고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존재했다. 지금은 이런 지원단체나 보육시설이 많아졌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바로 아이들이 정체성을 잃고 자존감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산은 특히 이런 부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현재 코시안의 집에는 35명의 미취학어린이, 40명의 취학아동 총 70여명이 생활하고 학습하고 있다."

▶코시안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합창단은 2011년 12월에 창단되었다. 당시 우리 아이들을 보고 합창단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은바도 있고 아이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던 찰나 마침 기부자가 나타나 정식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악기를 배우면서 처음엔 많이 어색해했지만 연습을 통해 날이 갈수록 실력도 늘고 자신감도 높아지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이 합창단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노래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치유가 되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서 함께 연습을 하고 맛있는 식사도 하고 연습이 끝나면 아이들끼리 모여 야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주말을 보낸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하고 지루해 할 때도 있었으나 점점 발전되고 좋아지는 자신들의 모습에 아이들도 보람을 느끼고 있는듯 하다. 이제는 노래연습을 당연시 생각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하고 있다. 아이들은 지난 법의날 50주년을 맞아 초청을 받아 대통령 앞에서 노래를 하는 등 무대경험을 쌓아가면서 건강하고 밝게 자라나고 있다. 우리는 실적이 뛰어난 합창단이 아니지만 아이들만의 예쁜 모습, 아이들만이 주는 감동, 그 특별한 것이 틀림없이 있다. 아이들이 가져야 하는 것은 당당함이고 정서적으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중에 한국사회에서 당당하게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

 

  
▲ 코시안 어린이 합창단

 

▶다문화아이들이 잘 커서 한국사회에 적응하게 하려면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선은 사람들의 인식의 완화가 가장 중요하다. 아직도 다문화가정이나 아이들에 대해 이해를 못하거나 또는 너무 감싸안고 도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다문화아이 하면 불쌍하구나, 부족하구나, 안 됐구나 하는 시각으로부터 출발하다보니 무작정 주려고 하고 주면 고맙게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틀이 생겨버렸다. 우리 어린이집이나 코시안스쿨에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은 때론 깜짝깜짝 놀란다.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럽고 얼굴도 토실토실하니 귀엽고 무엇보다도 밝고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들을 다문화라는 울타리에 가둬놓고 우리가 주면 너희들은 고맙게 생각하고 무조건 받아라 하는 식으로 하고 있으니, 아이들 스스로가 당당히 얻어낼 권리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 스스로의 삶을 살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앗아 가는 거랑 다름이 없는 것이다. 사람이 받는 것에 둔해지다 보면 자림심만 해친다. 점차 아이들은 자립심이 사라지고 의욕을 떨어지고 자신감과 당당함을 상실해 간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역순환이 생기고 점점 더 깊은 심연에 빠지게 되고 결국에는 한국사회에서 당당히 발붙이기 어려워지게 된다. 다른 피부색과 다문화아이라는 문화적배경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아이들보다 쉽게 상처를 받고 떳떳함이 사그라드는 아이들인데, 우리가 조금만 더 자심감을 심어주고 아이들 스스로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가도 소외당하고 차별시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 한국사회의 학부모들은 다문화아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심하다. 오히려 학교에서는 역반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일반아이들은 왜 쟤네들만 해주고 우리는 안해주나, 왜 쟤네들은 특수수업을 받고 우리는 없나 등, 이러한 학교의 다문화아이들에 대한 특수한 정책이나 제도 때문에 아이들은 오히려 더 소외되고 겉돌게 될 수도 있다. 앞으로는 학교나 사회가 다문화에 대해서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세심하게 다루고 긍정적인 갈등을 했으면 좋겠다. TV나 방송에 나오는 다문화아이들이나 다문화가정은 모두 다 불쌍하고 동정을 받아야 하는 모습들만 비춰지는게 너무 싫다. 앞으로는 좋고 밝고 긍정적인 모습들도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 다문화어린이집 선생님과 아이들

 

▶앞으로의 발전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처음에는 코시안 어린이집이나 코시안 스쿨 아이들이 나이의 구분이 없이 다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학습했다. 그러다 이제 미취학 아동과 취학아동을 분산시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가장 큰 바람은 이런 아이들을 위한 보다 큰 전용공간과 주거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편히 쉬면서 우리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건강하고 밝게 커갔으면 좋겠다. 이제는 올해의 막바지에 들어섰는데 합창단 아이들은 열심히 크리스마스 및 신년 맞이 공연연습을 신나게 하고 있다. 아름다운 노래와 연주로 아이들이 보다 더 당당해지고 보람차게 올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적인 정책이나 언론등에서도 이제는 다문화아이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장기적인 플랜을 구축해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서 정확히 찝어 내어 해결해 주길 바란다. 물론 어렵겠지만 이런 사회단체나 지원단체와 국가가 함께 힘을 합쳐 긍정적인 다문화사회를 만들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한국사회 적응과 미래의 발전을 위해 환경을 만들어주고 발판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 다문화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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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일보 ] 김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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