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정호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성공회샬롬의집 관장

인터뷰

인터뷰>>이정호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성공회샬롬의집 관장

마석 가구공단 외국인 노동자의 ‘몸과 마음의 안식처

임금체불, 산재, 의료봉사, 출입국지원, 법률강좌, 한국어교육

이정호 신부, 1991년 이곳에 정착, 한센인·외국인노동자 지원

 3006_2958_18.jpg 
▲ 이정호 신부/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

“너희 땅에 함께 사는 외국인을 괴롭히지 마라. 너에게 몸 붙혀 사는 외국인을 네 나라 네 사람처럼 대접하고 네 몸처럼 아껴라”(레위기 19장 33, 34절)

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리 25만여 평의 가구공단에서 가동중인 400여개 가구공장에는 16개국 2000여 명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의 출신국은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베트남, 캄보디아 순으로 대부분 동남아시아 출신이다.

가구생산 업종은 소위 3D업종이다. 공장은 분진날리고 약품 냄새로 머리가 아프고, 힘들다 보니 ‘더럽고(Dirt), 어렵고(Difficult), 힘든(Dangerous)일이기 때문에 내국인들을 꺼려한다.

2005년 10월 17일 큰 사건이 있었다.. 마석가구공단에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수십명이 들이닥쳤다. 때마침 점심을 먹으러 가던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수십 명이 이들에게 붙잡혀 호송차에 실렸다. 순간 공단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외국인근로자 500여 명이 일손을 놓고 연행에 항의하며 호송버스를 에워쌌다. ‘샬롬의집’ 이정호 신부가 전면에 나섰다. “위법적인 단속이다”며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신부들은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출입국측은 “일단 출입국으로 가서 선별해서 일부는 돌려보내겠다”며 맞서 9시간을 대치했다. 결국 출입국측은 샬롬의집 신부들과 공장주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 현장에서 수십 명을 풀어줬다. 이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사건이었다.

가구공단에 종사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은 힘들고 지치면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성공회샬롬의집’ 이정호 관장을 찾아와 마음을 털어놓는다.

관장을 맡고 있는 이정호 신부는 “사제는 남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며 기꺼이 그 일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사제서품을 받고 1991년 아무도 쉽게 가려 하지 않았던 ‘성생원’에 관리사제로 부임후 25년째 정착하고 있다.

마석가구공단은 원래 ‘한센인’의 터전이었다. 1960년 영국인 선교사 박 바우로 주교와 천갈로 신부는 소외받고 고난받는 한센병 치유자 80여 명과 함께 척박한 땅 마석 녹촌리에 신앙의공동체를 이뤘다.

처음에는 가축과 농사를 지었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되면서 80년대부터 가구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가구산업이 호황을 이루기 시작했다. 한때는 8천여 명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종사하기도 했다.

이정호 신부가 외국인노동자들과 인연을 맺고 이들의 아버지가 된 것을 이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상대로 교회에서 영어예배를 하다가 공장에 종사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임금체불, 불법체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접하고 이들을 돕기 위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샬롬의집’을 설립하고 이들의 문제인 체류지원, 산업재해, 귀국문제, 비자관련문제 상담지원, 퇴직금 등 상담은 연간 1천여 건에 이른다. 물론 인권보호활동, 의료봉사, 법제도 개선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샬롬의집’ 설립목적은 이주노동자와 불법체류자들이 겪게되는 아픔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 샬롬의집의 설립 취지인 만큼 인간이 누려야할 행복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이 극심한 분진과 소음, 열악한 환경속에서 일하다 중병에 걸리면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간다. 이를 대비해 의료공제 프로그램을 운영, 재해를 당해도 병을 고칠수 있는 의료공제회를 운영하고 있다.

‘샬롬의집’은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법률교육, 한국문화교육, 한글교육, 컴퓨터교육, 이주여성 성교육, 리더쉽 교육 등을 통해 한국생활의 적응과 비전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 공동체활동지원, 다문화축제, 음식나누기, 공연, 노래자랑, 학교를 대상으로 다문화인식개선교육, 외국인봉사단을 통해 농촌일손돕기, 장애인시설 봉사, 연탄나누기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정호 신부는 한센인복지원을 설립, 현재 한센병1세대 30여 가정을 입주시켜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낼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신부는 한센인들과 20여년간 함께해온 헌신적인 사랑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12월 한빛복지협회로부터 ‘한빛대상(인권상)’을 수상했다.

이정호 신부는 “고용허가제는 불합리하다. 한마디로 악법이다. 송출회사들의 커넥션도 문제다. 근로자들이 3년간의 사업장병경불허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는 결국 사업자와 고용자 모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문제가 있으면 바꿔야 되는데도 고용노동부가 이를 잘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인력문제를 해소하려면 관련법을 시급히 연구해서 개정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석가구산업은 현재 국내외 불경기 여파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가구단지 주변에는 대형 아파트사업이 진행되면서 동서남북으로 단지를 고립시키고 있다. 몇 년전에 모 건설사가 아파트건설을 추진하다가 무산된바 있으나 현재도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주변환경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이 신부는 우려하고 있다.

샬롬의집은 현재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와 다문화커뮤니티카페 ‘알이랑’ 다문화커피숍, 샬롬장터, 화도다문화도서관 ‘똘레랑스’와 사회적기업 행복나눔도시락 공장을 운영하며 남양주시 결식아동 급식공급과 유료 도시락 판매업을 하고 있다. 


profile_image
[ 다문화일보 ] 김판수 기자
kr123456-com@naver.com
저작권자 © 다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