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만에 들려온 아름다운 세상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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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만에 들려온 아름다운 세상의 소리

- 무안군사회복지협의회 보청기 나눔...청각장애인 새 삶 찾아줘 -

나도 듣고 싶어요

 

보청기를 처음 접한 순간, 김지은(가명, 59)씨가 눈물을 닦으며, 처음 입에서 흘러나온 간절한 첫 말소리였다.

 

지은씨는 6살 때 손수레에서 놀던 중 넘어져 귀에서 피가 나왔지만, 방치되다 결국 청력을 잃게 됐다. 그 뒤로 평생 듣지 못한 채 생활했다.

 

내 아이의 첫 울음소리, 행복한 웃음소리,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지 못한 채 마음 아파하며 평생을 지냈다. 듣는 것은 평생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듣지 못하다보니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지냈다.

 

나이 차가 많은 남편을 만나 슬하에 13녀를 두고 있다. 세 딸은 모두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현재는 몸이 불편한 남편과 늦둥이 아들, 외손녀 2명을 키우며 함께 살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장애인 등록도 하지 않고 있으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특별한 수입이 없어 큰딸 부부가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무안군사회복지협의회 보청기 나눔사업

 

무안군사회복지협의회는 목포로터리클럽으로부터 보청기를 기부받아 나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하던 중 지은 씨를 만났고 청력검사를 하게 됐다.

 

검사 진행 중 지은 씨는 듣는 것에 무기력했고, 적극성도 없었으며, 기대감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청력이 모두 손실됐다고 판단하셨다.

 

그런데 검사의 최종 단계인 보청기 착용시연 중 갑자기 지은 씨가 손을 번쩍 들고 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저 깊숙히 아직 청력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소리가 들려요

 

무기력했던 지은 씨가 갑자기 또박또박 말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 모두는 기적을 경험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그 중 가장 기뻐하며 눈물을 멈추지 않았던 이는 다름 아닌 지은 씨였다.

 

가족들과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손짓 몸짓으로 대화를 하고, 자녀들 또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성인이 된 세 딸들은 엄마와의 의사소통에 크게 불편하지 않으며 잘 지내고 있었다. 엄마가 듣고 싶어하시는지 몰랐다는 딸의 고백은 그간 지은 씨의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보청기를 직접 귀에 끼우던 날 지은 씨는 여전히 눈물을 보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게 말해도 잘 들린다며 기뻐했다. 돌아가는 발걸음에도 연신 뒤돌아보며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좋은이웃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보청기가 꼭 필요한 지은 씨에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보청기를 선물할 수 있게 됐다지은 씨가 어두운 동굴에서 나와 세상과 따뜻한 소통을 이루어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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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일보 ] 김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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